사운드 인터랙티브 체험형 설치작품
2023 서울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 선정작
<들리지 않게 들려주고 싶은 말>은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숨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다. 자신의 감정을 오롯히 드러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즐겁고 행복한 일은 상대적으로 털어놓기 쉽다. 그러나 슬픔, 외로움과 같은 어두운 감정은 그렇지 못하다. 들어 줄 적절한 사람이 없어서, 힘든 것을 잘 털어놓지 못 하는 성격이라서, 소셜네트워크와 주변에는 좋은 일 말 해야 할 것 같아서 자신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감정을 담아만 둔다. 그러다보면 그것들은 무의식 중에 겹겹이 쌓여 결국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든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드러내지 않으려고 참는 감정은 슬픔, 외로움, 불안, 두려움과 같은 것들이다. 어머니는 작년 3월의 끝에 전신경화증을 오랫동안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감정 교류가 없는 가족 관계였기도 하고 원래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쉽게 청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이후 얻은 슬픔, 상실감, 좌절감, 후회와 생각을 풀어내기 어려웠다. 좋은 친구와 주변사람들이 많이 위로해주었지만 나는 또래에 비해 비교적 일찍 부모를 잃었고, 그들 대부분은 부모의 죽음을 겪어보지 못 했기에 그들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나의 감정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하면 귀찮아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서 그들이 내 근황에 대해 물으면 괜찮다고 답하며 그 감정을 오랫동안 눌러두고만 있었다. 방법을 찾다 서울 예술청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무료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혼자만 담고 있던 감정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해도 상담사 앞에서 일단 입을 떼고 떠오르는 대로 말 하다보면 의식하지 못 했던 깊게 숨어있던 감정이 드러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거나 웃었다. 복잡한 마음과 머릿속이 정리되면서 어떤 고민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내기도 하였다. 이렇게 말 하는 행위가 들어주는 대상의 유무를 떠나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해소하는 데에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던 작년 11월 노랗게 물든 억새로 가득 찬 ‘하늘공원'에 갔었고 마음에 위안을 얻었다. 늦은 오후 노을지는 시간이 다가오는 따뜻한 노란빛 햇살 아래 억새는 사람 키 보다 훨씬 크고 빽빽했다. 억새 사이를 걷다보면 내 모습을 사람들에게서 감출 수 있는 때가 있었다. 억새에 몸을 숨긴 채 멈추어 서서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내가 어떤 말을 해도 아무도 듣지 못 할 것 같아 안전함을 느꼈다. 
심리상담을 받았음에도 감정을 매 번 제대로 인식하고 내뱉어 내는 일은 여전히 어려웠고 ‘들려주고 싶은 말'은 계속 생겨났다. 절실하게 나를 위로할 계기가 필요했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을 사람들도 떠올렸다. 작품제목 <들리지 않게 들려주고 싶은 말>에는  말을 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을까봐 주저하는 마음이 담겨있지만 이 곳에서는 어떤 말이든 할 수 있다. 키 큰 억새 가운데 편하게 앉아 마이크에 대고 그 동안 속에만 담아왔던 감정들을 마음껏 내뱉길 바란다. 억새는 여러분의 말을 듣는 동안 하늘거리며 호응해 줄 것이며 사스락거리는 억새의 소리가 여러분의 ‘들리지 않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삼키고 비밀을 지켜줄 것이다.이 곳에서 여러 감정들을 찾아내고 무거운 마음을 해소하거나 누군가에게 내뱉으며 위로를 찾을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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